[접근성연구·외국인] 번역만으로 안 되는 것
앞 편(050)에서 우리는 한국어가 어떻게 벽이 되는지, 그리고 화면이 자신의 언어를 밝히고 전환 버튼을 제공하는 일의 토대를 살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더 까다로운 상황이 있다. 화면을 분명히 번역했는데도, 외국인 사용자가 절차에서 막히는 경우다. 언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영어로, 중국어로 바뀐다. 글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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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어 점검 관점
〈디지털 접근성 연구 051〉 — 이 글은 규정이 아니라 하나의 연구 관점입니다. 인용 수치·기준은 출처와 함께, 미확정 영역은 그렇다고 밝혀 작성합니다.
들어가며
앞 편(050)에서 우리는 한국어가 어떻게 벽이 되는지, 그리고 화면이 자신의 언어를 밝히고 전환 버튼을 제공하는 일의 토대를 살폈다. 그런데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더 까다로운 상황이 있다. 화면을 분명히 번역했는데도, 외국인 사용자가 절차에서 막히는 경우다.
언어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영어로, 중국어로 바뀐다. 글자는 분명 그 언어로 보인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신청을 끝내지 못한다. 왜일까. 이번 편은 그 '번역했는데도 안 되는' 지점을, 점검의 시선으로 짚어 본다.
이 글은 정밀한 번역 품질 평가 방법론을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전문 영역이다. 다만 화면을 운영하거나 검토하는 사람이 '우리 다국어 화면이 실제로 닿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할 때, 무엇을 보면 좋을지를 하나의 관점으로 정리한다.
1. 번역의 빈틈 — 어디가 한국어로 남아 있는가
1-1. 절반만 번역된 화면
가장 흔한 빈틈은 '부분 번역'이다. 본문은 번역됐는데 버튼은 한국어로 남아 있거나, 메뉴는 바뀌었는데 오류 메시지·도움말·팝업은 한국어로 튀어나온다. 사용자는 매끄럽게 진행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제출·동의·결제)에 다시 한국어 벽을 만난다.
점검할 때는 언어를 전환한 상태로 주요 동선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이 핵심이다. 검색 → 결과 → 상세 → 신청 → 동의 → 제출 → 완료까지, 그 길의 어느 한 칸이라도 한국어로 돌아가는 지점이 없는지 본다. 특히 자주 한국어로 남는 자리는 다음과 같다.
- 동적으로 뜨는 알림·오류 메시지
- 이미지 안에 박힌 안내문·버튼
- 첨부 양식(PDF·한글 문서)의 내용
- 본인 인증·결제 단계의 외부 연동 화면
1-2. '번역되지 않는 것'들
화면의 글자는 번역해도, 그 안에서 사용자가 다뤄야 하는 것들은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국어로만 된 첨부 서식, 한국어 이름·주소 입력을 전제한 양식, 한국 휴대폰 번호가 없으면 통과하지 못하는 본인 인증. 이것들은 번역의 문제라기보다 절차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점검 관점에서는 "이 절차가 한국어·한국 환경을 전제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함께 본다.
번역 화면에서 한국어가 되돌아오는 자리를 관찰로 묶으면 다음과 같다.
| 한국어로 남는 자리 | 왜 자주 빠지나 | 사용자가 만나는 순간 |
|---|---|---|
| 동적 알림·오류 메시지 | 화면 갱신 후 뜨는 텍스트 | 결정적 단계에서 다시 벽 |
| 이미지 속 안내문·버튼 | 번역 대상에서 누락 | 무엇을 누를지 모름 |
| 첨부 서식(PDF·한글) | 본문 밖이라 손이 안 감 | 서류 작성에서 막힘 |
| 외부 연동(인증·결제) | 우리 화면이 아님 | 마지막에 좌초 |
(관찰) 위 정리는 부분 번역 화면에서 되풀이되어 보이는 자리를 모은 것으로, 측정값이 아니라 경험적 관찰이다. 화면·서비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2. 뜻이 닿는가 — 단어는 바뀌었지만 의미는
2-1. 행정 용어의 오역
기계 번역이 가장 자주 어긋나는 자리는 행정·법률 용어다. '갱신', '소득공제', '체류 자격 변경', '과태료' 같은 단어가 일반적인 뜻으로 번역되면, 사용자는 그 절차가 무엇인지 오해한다. 점검할 때는 그 서비스의 핵심 용어 몇 개를 골라, 번역된 결과가 원래 제도의 뜻을 담고 있는지 — 가능하면 그 언어 사용자나 검수자의 도움을 받아 — 확인하는 접근이 권장된다.
2-2. 문맥이 끊긴 번역
기계 번역은 문장을 따로따로 처리하다 보니, 앞뒤 문맥이 끊겨 어색해지거나 뜻이 바뀌기도 한다. 특히 짧은 버튼 레이블('신청', '확인', '취소')은 문맥이 없어 엉뚱하게 번역되기 쉽다. 같은 한국어 단어가 화면마다 다른 외국어로 번역되어 일관성이 깨지는 경우도 관찰된다. 점검 관점에서는 핵심 용어가 화면 전체에서 일관되게 번역되는지를 본다.
'글자는 바뀌었는데 뜻이 안 닿는' 두 결을 관점으로 나눠 본다.
| 어긋남의 결 | 무엇이 일어나나 | 점검에서 보는 것 |
|---|---|---|
| 행정 용어 오역 | 제도 자체를 오해 | 핵심 용어가 제도의 뜻을 담나 |
| 문맥 끊김 | 짧은 레이블이 엉뚱하게 | 버튼·메뉴가 자리에 맞나 |
| 용어 불일치 | 같은 말이 화면마다 다름 | 전체에서 일관되게 번역되나 |
(관점) 위 구분은 '번역됨'과 '뜻이 닿음'의 거리를 정리한 것으로, 특정 번역 엔진의 평가가 아니다. 정밀한 번역 품질 판단은 그 언어 사용자·검수자의 영역이다.

3. 점검의 동선 — 외국인 사용자의 길을 걸어 보기
3-1. 언어를 바꾸고, 끝까지 가 본다
049편의 키보드 점검이 '마우스를 내려놓고 Tab으로 완주'였다면, 다국어 점검의 출발은 '언어를 외국어로 바꾸고 절차를 완주'다. 한국어를 잠시 잊은 채, 번역된 화면의 글자만 의지해 주요 동선을 끝까지 수행해 본다. 그 과정에서 막히는 자리가 바로 점검 항목이 된다.
3-2. 점검 시 보는 것
- 전환 버튼 — 찾기 쉬운 위치인가, 어떤 언어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 빠짐없는 번역 — 동선 위에 한국어로 남은 칸은 없는가
- 용어의 정확성 — 핵심 행정 용어가 제도의 뜻을 담는가
- 일관성 — 같은 단어가 화면마다 다르게 번역되지 않는가
- 절차의 전제 — 한국 환경(번호·서식·인증)을 강요하지 않는가
- 자동 번역 친화성 — 글자가 텍스트인가(이미지 글자 아님), 화면 언어가 명시(
lang)됐는가
3-3. 우선순위 — 무엇부터 보는가
모든 페이지를 완벽히 번역·검수하기 어렵다면,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권리·의무·기한에 직결된 안내, 이용 빈도가 높은 핵심 절차가 먼저 다뤄질 만하다. 무엇이 핵심 절차인지는 그 서비스의 이용 데이터로 판단되며, 이 글은 특정 우선순위를 단정하지 않는다.
언어를 바꾸고 동선을 완주할 때 보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점검 항목 | 무엇을 보나 | 닿는 기준 |
|---|---|---|
| 전환 버튼 | 위치·언어 표기 | 누구나 찾고 알아보는가 |
| 빠짐없는 번역 | 동선 위 한국어 잔존 | 끝까지 한 언어로 가나 |
| 절차의 전제 | 한국 번호·서식·인증 | 한국 환경을 강요하나 |
| 번역 친화 | 텍스트 여부·lang 명시 |
자동 번역이 닿는가 (3.1.1) |
(인용) 위 항목 중
lang명시는 WCAG 3.1.1 Language of Page와 연결된다. 번역 제공 자체가 기준 항목인지의 경계는 버전·해석에 따라 다르므로 원문 확인이 안전하다.

4. 자동 번역과 공식 번역 사이
4-1. 무엇을 사람이 검수할 것인가
모든 콘텐츠를 사람이 번역·검수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동반한다. 그렇다고 전부 자동 번역에 맡기면, 050편에서 본 오역의 위험을 사용자가 떠안는다. 현실적 접근은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권리에 직결된 핵심 안내는 공식 번역·검수, 그 외는 자동 번역 친화적으로 설계 — 이런 단계적 관점이 자주 거론된다. 다만 그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지는 각 기관의 정책 판단이다.
4-2. 자동 번역이 잘 되게 돕는 설계
공식 번역을 모든 페이지에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화면을 '자동 번역이 잘 되는 상태'로 두는 것은 가능하다. 글자를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두고(대체텍스트 연구와 같은 결), 화면 언어를 명시하고(lang), 구조를 명확히 하는 일. 이것들은 자동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는 동시에, 시각장애·저시력 사용자를 위한 접근성과도 겹친다. 한 가지 기본기가 여러 사용자에게 동시에 닿는, 접근성의 익숙한 풍경이다.

5. 반론·한계와 ViewCheck 관점
5-1. 가능한 반론과 우리가 인정하는 한계
이 점검 방식에는 여러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 지적을 부정하지 않고, 한계를 먼저 적어 둔다.
| 가능한 반론 | 우리의 한계 인정 | 보완하는 태도 |
|---|---|---|
| 점검자가 그 외국어를 모른다 | 뜻의 정확성은 판단하기 어렵다 | 그 언어 사용자·검수자의 도움을 받는다 |
| 모든 페이지를 검수할 수 없다 | 비용·시간의 한계는 실재한다 | 권리·핵심 절차부터 우선순위를 둔다 |
| 자동 번역이 계속 좋아진다 | 엔진은 빠르게 발전한다 | 그래도 권리 안내는 사람 검수를 권한다 |
(관점) 위 반론은 점검 방식의 약점을 정리한 것으로, 특정 기관의 평가가 아니다. 한계를 먼저 인정하는 편이 점검 결과를 과신하지 않게 한다.
5-2. ViewCheck는 어디까지 보는가 — 사람과 도구의 분담
자동 점검은 번역 친화 신호(텍스트 여부·lang 명시)를 훑을 수 있지만, '번역된 뜻이 제대로 닿는가'는 결국 그 언어를 아는 사람이 읽어 봐야 드러난다.
| 점검 항목 | 자동 점검이 보는 것 | 사람이 봐야 하는 것 |
|---|---|---|
| 번역 누락 | 동선상 텍스트 노드 존재 | 한국어로 남은 칸이 없는지 |
| 화면 언어 명시 | <html lang> 선언 유무 |
선언과 실제 언어가 맞는지 |
| 용어 정확성 | 텍스트가 추출 가능한지 | 행정 용어의 뜻이 바른지 |
(관점) 표의 구분은 도구와 사람의 역할 차이를 정리한 것으로, 특정 제품의 성능 수치가 아니다. 자동 점검 결과는 사람 검수를 줄이는 근거가 아니라, 어디를 사람이 더 봐야 하는지 가리키는 출발점에 가깝다.
한 장 요약
| 점검 항목 | 무엇을 보는가 |
|---|---|
| 전환 버튼 | 찾기 쉬운가, 어떤 언어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
| 빠짐없는 번역 | 동선 위에 한국어로 남은 칸(버튼·오류·팝업)이 없는가 |
| 용어 정확성 | 핵심 행정 용어가 제도의 뜻을 담는가 |
| 일관성 | 같은 단어가 화면마다 다르게 번역되지 않는가 |
| 절차의 전제 | 한국 번호·서식·인증을 강요하지 않는가 |
| 번역 친화 설계 | 글자가 텍스트인가, 화면 언어가 명시됐는가 |
※ 위 표는 점검의 한 흐름을 정리한 관점입니다. 번역 품질 평가의 정밀 기준, 공식·자동 번역의 경계는 각 기관 정책과 전문 영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맺으며
번역은 다국어 접근의 출발이지, 도착이 아니다. 화면의 글자를 바꾸는 일과, 외국인 사용자가 절차를 끝까지 마치는 일 사이에는 여러 칸의 거리가 있다. 한국어로 남은 버튼, 뜻이 어긋난 용어, 한국 환경을 전제한 양식. 그 거리를 메우는 일이 다국어 점검의 실제 내용이다.
점검의 출발은 단순하다. 언어를 외국어로 바꾸고, 한국어를 잠시 잊은 채 절차를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 그 길에서 막히는 자리가, 우리 화면이 '번역했다'에서 '닿았다'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곳이다.
그리고 그 점검의 많은 부분이 — 텍스트로 된 글자, 명시된 언어, 명확한 구조 — 다른 사용자를 위한 접근성과 겹친다는 사실은, 이 영역이 따로 떨어진 숙제가 아니라 포용이라는 같은 그림의 한 조각임을 다시 보여 준다.
다음 편 예고 (052): 〈영상이 전하지 못하는 정보〉 — 자막·수어 연구. 소리에 담긴 정보가 들리지 않는 사용자에게 영상이 어떤 벽이 되는지, 자막과 수어의 관점에서 살핀다.
참고한 공개 자료(출처):
- W3C,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 2.1」 — 3.1.1 Language of Page, 3.1.2 Language of Parts
- 행정안전부,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 관련 이용 편의 항목
- W3C WAI, 「Digital Inclusion」 및 플레인 랭귀지(plain language) 해설 자료
- 국립국어원 등 공공 언어·쉬운 언어 관련 공개 자료
※ 위 자료의 항목 번호·세부 기준은 개정·버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본문의 정리는 연구 관점의 요약입니다. 정확한 적용 기준은 각 출처의 원문 확인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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