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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트 KRDS 점수, 어떻게 확인하나

"그래서 우리 사이트, 지금 몇 점인데요?"

VViewCheck
·2026.08.03 24분 59
우리 사이트 KRDS 점수, 어떻게 확인하나

공감·문제제기

"그래서 우리 사이트, 지금 몇 점인데요?"

회의에서 이 질문이 나오면 분위기가 잠깐 멈춘다. KRDS라는 말이 사내에 슬슬 퍼지고, '우리도 챙겨야 하지 않냐'는 공감대까지는 어찌어찌 만들어졌는데, 막상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는 다들 입을 다문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공공웹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장 많이 듣는 고백이 바로 이거다. "KRDS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우리 사이트가 그 기준에 얼마나 맞는지를 도무지 알 방법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당연한 막막함이다. KRDS는 846개의 규칙으로 이루어진 꽤 방대한 체계인데, 이걸 사람이 페이지마다 일일이 대조하며 확인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버튼 하나가 규칙에 맞는지, 입력칸 간격이 기준에 맞는지, 오류 안내 방식이 권고대로인지를 한 페이지씩 손으로 따져본다고 상상해보라. 페이지가 수십 개, 수백 개인 기관이라면 평생을 매달려도 끝이 안 난다. 그러니 '중요한 건 알지만 확인할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나도 처음엔 이 '확인'이라는 단계를 막연히 두려워했다. 뭔가 거창한 컨설팅을 받아야 하거나, 전문 인력을 새로 뽑아야 하거나, 비싼 진단 사업을 발주해야만 알 수 있는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니, '우리 사이트가 지금 어디쯤인지'를 아는 일은 생각보다 문턱이 낮았다. 오히려 이 첫 측정이야말로 가장 쉽고, 가장 효과가 큰 출발점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이 글은 KRDS 입문의 마지막 관문에 해당하는 '자가진단' 이야기다. 지난 글들에서 'KRDS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영역으로 구성되는지' 같은 개념을 다뤘다면, 오늘은 그 개념을 '우리 사이트'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갖다 대보는 단계다. 즉, 추상적인 이해를 현실의 점수로 바꾸는 과정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아무리 KRDS를 머리로 이해해도 '우리 사이트의 현재 상태'를 모르면 다음 한 걸음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도를 아무리 잘 읽어도, 내가 지금 지도 위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모르면 길을 떠날 수 없는 것과 같다.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우리 사이트 KRDS 점수를 확인한다'는 건, 사람이 846개를 손으로 대조하는 일이 아니라, 자동 진단 도구에 우리 사이트 주소(URL)를 넣고 결과 점수표를 받아 읽는 일이다. 건강검진을 떠올리면 쉽다. 내가 직접 내 혈관 상태를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검진 기계에 몸을 맡기면 수치로 된 결과지가 나온다. KRDS 자가진단도 마찬가지다. 도구가 우리 사이트를 '스캔'하고, 그 결과를 점수와 영역별 상태로 정리해 보여준다.

이 글은 그 '결과지를 읽는 법'에 초점을 맞춘다.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나온 점수를 어떻게 해석하고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점수가 60점이라는 사실 자체보다, '60점이 무슨 뜻이고, 어느 영역이 발목을 잡고 있으며, 그래서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숫자를 받아 들고도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하고 멍하니 있으면, 측정은 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보자. 공공웹 담당자에게 '점수'라는 말은 양가적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으니 좋다'는 기대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낮게 나오면 책임 추궁당하는 거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다. 나는 이 두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다. 자가진단의 목적은 '점수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할 일을 찾는 것'이다. 점수가 낮게 나왔다는 건 '우리가 못났다'는 뜻이 아니라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고, 그건 곧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구간이 많다'는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이 글의 흐름을 미리 일러두면 이렇다. 먼저 '점수를 확인한다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를 건강검진 비유로 풀고, 자동 진단이 사람의 수작업과 어떻게 다른지를 짚는다. 그다음 '무엇을 측정하는가' — 즉 KRDS 846규칙과 행정안전부 7대 품질 영역이 점수표에 어떻게 녹아드는지를 설명한다. 이어서 실제 결과지(점수 카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통과·미통과·해당없음'이라는 세 가지 판정이 무슨 뜻인지, 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를 단계별로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완벽히 준비된 다음에'가 아니라 '일단 한 번 재보는 것'에서 출발하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쉬운 말로 바꿔 쓸 테니, 편하게 따라와 주면 좋겠다.

한 가지만 미리 안심시켜 드리자면, 오늘 이야기에는 '전문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되는 대목'이 없다.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도, 개발을 모르더라도, 사이트 하나 운영해본 경험만 있으면 충분히 따라올 수 있게 썼다. 점수를 확인하는 일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담당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첫 행동이다. 그 첫 행동이 막막함을 구체적인 할 일 목록으로 바꿔준다는 것 — 이게 오늘 글에서 꼭 가져가셨으면 하는 한 가지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한마디 보태고 싶다. 나는 '측정'이라는 행위 자체가 가진 힘을 점점 더 신뢰하게 됐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 문제 앞에서는 무력하다.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는' 상태가 가장 답답하고, 가장 오래 방치되는 상태다. 그런데 그 막연한 불편을 '숫자'로 바꾸는 순간, 문제는 비로소 '다룰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몸무게를 재본 적 없는 사람은 살이 쪘는지조차 모르지만, 한 번 저울에 올라가 본 사람은 '몇 킬로를 빼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는다. KRDS 자가진단도 결국 이 '저울에 올라가 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막연한 불편을 측정 가능한 숫자로 바꾸는 것, 그게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걸 이 글 내내 반복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다.

또 하나, 이건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도 미리 말해두고 싶다. 공공 웹의 자가진단은 어느 한 기관의 숙제가 아니라, 국민이 어느 기관 사이트를 가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경험을 누리게 하려는 큰 흐름의 일부다.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사이트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를 아는 건, 우리 조직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사이트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점수를 재는 일이 조금 덜 부담스럽고, 조금 더 의미 있게 느껴질 거라고 본다.

점수를 확인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 건강검진처럼 생각하면 쉽다

'우리 사이트 KRDS 점수를 확인한다'는 말을 들으면, 막연히 뭔가 복잡하고 전문적인 절차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본질은 건강검진과 똑같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 나는 그냥 몸을 맡긴다. 채혈하고, 사진 찍고, 몇 가지 검사를 받고 나면, 며칠 뒤에 결과지가 나온다. 그 결과지에는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혈당, 간 수치 같은 항목들이 정상 범위와 함께 적혀 있다. 어떤 항목은 '정상'이고, 어떤 항목은 '주의', 어떤 항목은 '이상'이다. 나는 의학을 모르지만, 이 결과지 덕분에 '내 몸 어디를 신경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KRDS 자가진단도 정확히 이 구조다. 내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진단 도구에 우리 사이트 주소(URL)를 넣는 것. 그러면 도구가 우리 사이트를 '스캔'한다. 페이지를 열어보고, 화면 구조를 읽고, 어떤 부품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분석한 다음, KRDS 846규칙과 대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결과지를 내준다. 어떤 항목은 '통과', 어떤 항목은 '미통과', 어떤 항목은 '해당없음'으로 정리된 채로 말이다.

이 비유가 중요한 이유는, '점수 확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을 받는 데 의학 학위가 필요하지 않듯이, KRDS 점수를 확인하는 데 디자인이나 개발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도구가 전문적인 분석을 대신 해주고, 나는 그 결과지를 읽고 '무엇을 먼저 챙길지' 판단하면 된다. 전문성은 도구가, 의사결정은 사람이 — 이 역할 분담이 자가진단의 핵심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건강검진과 KRDS 진단의 닮은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기적으로 받아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을 평생 한 번만 받고 끝내는 사람은 없다. 몸 상태는 시간에 따라 변하고, 작년에 정상이던 수치가 올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도 똑같다. 한 번 진단해서 점수를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페이지를 새로 추가하고, 콘텐츠를 바꾸고, 부서별로 업데이트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처음 진단했을 때와 상태가 달라진다. 그래서 자가진단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주기적인 점검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효과가 크다.

또 하나 닮은 점은 '결과지를 읽는 법을 알아야 쓸모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 들고도 무슨 뜻인지 몰라 서랍에 처박아 두면, 검진을 받은 의미가 없다. '이 수치가 정상 범위를 넘었으니 식습관을 바꿔야겠다'고 해석해야 비로소 행동이 따라온다. KRDS 진단도 마찬가지다. 점수표를 받아 들고 '아 그렇구나' 하고 덮어두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점수표를 '어디가 약하고, 무엇부터 손볼지'로 번역해낼 줄 알아야 측정이 개선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 글의 상당 부분을 '결과지 읽는 법'에 할애하는 것이다. 측정하는 것보다 읽어내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 사람이 846개를 손으로 따지는 게 불가능한 이유

'그냥 사람이 체크리스트 들고 하나씩 보면 안 되나?' 싶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게 했다. 점검 항목이 적힌 표를 인쇄해 들고, 페이지를 띄워놓고, 항목마다 ○×를 매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KRDS처럼 규칙이 846개에 달하면, 이 방식은 현실적으로 무너진다.

첫째, 양 자체가 사람의 한계를 넘는다. 한 페이지를 846개 항목으로 점검한다고 치자. 항목 하나당 1분만 잡아도 846분, 즉 14시간이 넘는다. 그것도 단 한 페이지에 대해서다. 페이지가 100개라면? 1,400시간이다. 한 사람이 1년을 통째로 매달려도 끝나지 않는 분량이다.

둘째, 사람의 판정은 일관되지 않는다. 같은 사람이라도 아침에 본 것과 저녁에 본 것이 다르고, 어제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하물며 담당자가 여럿이면, 같은 화면을 두고도 누구는 통과, 누구는 미통과로 판정한다. 측정의 도구가 흔들리면, 그 측정값을 신뢰할 수 없다. 객관적이어야 할 점검이 '느낌의 합산'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셋째,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놓친다. KRDS 규칙 중 상당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화면 내부 구조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버튼에 보조기기가 읽을 수 있는 이름표가 붙어 있는가' 같은 항목은, 화면만 봐서는 통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화면 뒤편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이 매번 이걸 일일이 확인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넷째, 사람은 지친다. 처음 열 페이지는 꼼꼼히 보지만, 쉰 번째 페이지쯤 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백 번째 페이지에서는 '대충 비슷하니 넘어가자'가 된다. 정작 중요한 문제가 뒤쪽 페이지에 숨어 있는데, 사람의 집중력은 그 지점에서 이미 바닥나 있다. 그래서 '앞쪽은 깐깐하게, 뒤쪽은 대충' 점검하는 편향이 생긴다. 도구에는 이런 피로가 없다. 첫 페이지든 천 번째 페이지든 똑같은 강도로 본다. 이 '지치지 않음'이 대규모 사이트 점검에서는 사람과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자동 진단이 필요하다. 자동 진단 도구는 지치지 않고, 일관된 기준으로, 화면 뒤편의 구조까지 읽어서, 846개 항목을 단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훑는다. 사람이 14시간 걸릴 일을 도구는 순식간에 해낸다. 게다가 100페이지든 1,000페이지든, 같은 기준으로 빠짐없이 본다. 이게 자동 진단이 가진 압도적인 강점이다. 사람은 방향을 잡고 해석을 하며, 기계는 빠짐없고 일관된 측정을 한다 — 이 분업이야말로 현대적인 품질 점검의 기본 골격이다.

다만 오해는 말자. 자동 진단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도구가 측정해준 결과를 보고 '무엇이 더 급한가' '우리 기관 상황에선 무엇부터 손대는 게 맞나'를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도구는 '무엇이 어긋나 있는가'를 알려주지만, '그래서 무엇부터 고칠 것인가'는 담당자의 맥락과 우선순위가 결정한다. 자동 진단은 사람의 판단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사람이 판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측정의 짐'을 대신 져주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자동 진단의 또 다른 강점은 '기록이 남는다'는 점이다. 사람이 손으로 점검하면 그 결과는 점검한 사람의 머릿속에, 기껏해야 메모지 한 장에 남는다. 담당자가 바뀌면 그 점검 결과도 함께 사라진다. 반면 자동 진단은 '언제, 어떤 상태였는지'가 데이터로 남는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할 수 있고, 개편 전후를 비교할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어도 이전 기록이 그대로 인수인계된다. 공공기관처럼 담당자 교체가 잦은 조직에서, 이 '기록의 연속성'은 생각보다 큰 가치다. 사람의 기억은 흩어지지만, 측정의 기록은 쌓인다.

그리고 '일관성'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같은 사이트를 오늘 재고 내일 재도, 도구는 똑같은 기준으로 잰다. 사람처럼 컨디션에 따라 판정이 흔들리지 않는다. 이 일관성 덕분에 '점수가 올랐다' '내렸다'는 비교가 의미를 갖는다. 만약 잴 때마다 기준이 흔들린다면, 점수가 5점 오른 게 진짜 개선 때문인지 측정 오차 때문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자동 진단의 변하지 않는 잣대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정말 나아지고 있다'고 안심하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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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측정하는가

■ 점수표 뒤에는 846규칙이 있다

자가진단 결과지에 찍히는 점수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면, 그 숫자가 훨씬 의미 있게 읽힌다. 결론부터 말하면, KRDS 점수의 뼈대는 846개 규칙이다. 그리고 이 846개는 무작정 한 덩어리가 아니라, 네 개의 큰 서랍으로 나뉜다.

첫째 서랍은 DS(디자인 시스템 기반 요소)다. 색·글꼴·간격·모서리 같은 '시각의 기본 단위'를 다루는 영역으로, 약 120개의 규칙이 들어 있다. 사이트 전체의 톤앤매너를 결정하는, 눈에는 잘 안 띄지만 모든 걸 떠받치는 뼈대다.

둘째 서랍은 CP(컴포넌트)다. 버튼, 입력칸, 체크박스, 드롭다운, 카드, 모달, 탭, 표, 페이지네이션 같은 '화면 부품' 하나하나에 대한 규칙으로, 무려 약 446개에 달한다. 846개 중 절반 이상이 여기 들어 있을 만큼 가장 방대한 영역이다. 화면에 보이는 거의 모든 요소가 이 서랍의 점검 대상이다.

셋째 서랍은 BP(기본 패턴)다. 부품 하나가 아니라 부품들이 모여 만드는 '작은 흐름'을 다룬다. 폼을 채우고 검증받는 과정, 동의하고 확인하는 절차, 오류를 안내하는 방식, 목록을 필터링·정렬하는 방식 같은 것들이다. 약 108개의 규칙이 있다.

넷째 서랍은 SP(서비스 패턴)다. 가장 큰 단위로, 사용자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치는 '전체 여정'을 본다. 검색·로그인·신청·정책 안내 같은 흐름이 여기 속하며, 약 172개의 규칙이 있다.

이 네 영역을 합치면 120 + 446 + 108 + 172 = 846개다. 자가진단 결과지의 점수는, 바로 이 846개 규칙 각각에 대해 '통과인가, 미통과인가, 아니면 해당없음인가'를 판정한 결과를 종합해 산출된다. 그래서 점수 하나만 덜렁 보는 것보다, 'DS는 몇 점, CP는 몇 점, BP는 몇 점, SP는 몇 점'처럼 네 영역으로 나눠서 보는 게 훨씬 유용하다. 종합 점수가 같은 70점이라도, DS가 약한 70점과 SP가 약한 70점은 완전히 다른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행정안전부 7대 품질 영역도 함께 본다

KRDS 846규칙이 '디자인과 사용성의 기준'이라면, 여기에 한 겹을 더 얹는 게 있다. 바로 행정안전부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이 정한 7대 품질 영역이다. 공공 웹사이트가 갖춰야 할 품질을 일곱 갈래로 나눈 것으로, 호환성·접근성·개방성·접속성·편의성·효율성·신뢰성이다.

이 일곱 가지를 한 줄씩만 풀어보자. 호환성은 '여러 브라우저와 환경에서 똑같이 잘 보이는가'이고, 접근성은 '장애가 있는 분도 쓸 수 있는가'이다. 개방성은 '검색 엔진이나 외부 시스템이 우리 정보를 잘 가져갈 수 있는가', 접속성은 '안정적으로 빠르게 접속되는가'를 본다. 편의성은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기능들이 갖춰져 있는가', 효율성은 '페이지가 가볍고 빠르게 뜨는가', 신뢰성은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이다.

KRDS의 846규칙과 이 7대 영역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접근성'은 KRDS의 여러 규칙과 직접 맞닿아 있고, 별도로 웹 접근성 지침인 KWCAG의 33개 항목으로도 점검된다. 반면 '효율성(페이지 속도)'이나 '신뢰성(보안 헤더, 인증서)' 같은 영역은 디자인 규칙만으로는 잴 수 없어서, 실제로 페이지를 띄워 응답 속도를 재고 보안 설정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 좋은 자가진단 결과지라면, KRDS 846규칙 점수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7대 영역에 해당하는 항목들까지 함께 측정해 보여준다. 디자인은 잘 맞췄는데 페이지가 느리다면, 그건 '효율성' 영역에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접근성 이름표는 다 붙였는데 보안 설정이 허술하다면, '신뢰성'에서 점수가 깎인다. 한 화면 안에서 디자인·사용성·성능·보안·접근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우리 사이트의 종합 건강 상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보태자면, 이 7대 영역은 '디자인이 예쁜가'와는 또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다. 호환성은 '내가 쓰는 브라우저가 아니라 남이 쓰는 브라우저에서도 화면이 깨지지 않는가'를 묻는다. 담당자는 보통 자기 PC, 자기 브라우저로만 사이트를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놓치기 쉽다. 어떤 사용자는 오래된 환경에서 접속하고, 어떤 사용자는 화면을 크게 키워서 보고, 어떤 사용자는 모바일로만 들어온다. '내 화면에서 괜찮다'가 '모두의 화면에서 괜찮다'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동 진단은 여러 환경을 대신 점검해 일깨워준다.

접속성과 효율성은 '느려서 떠나는' 사용자에 관한 이야기다. 아무리 디자인을 잘 맞춰도 페이지가 한참 동안 안 뜨면, 사용자는 내용을 보기도 전에 창을 닫아버린다. 특히 공공 서비스는 신청 마감일에 사용자가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 페이지가 버벅거리면 그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서비스를 못 받는' 문제가 된다. 페이지가 얼마나 가볍게, 얼마나 빠르게 뜨는지를 숫자로 재두면, 막연히 '좀 느린 것 같다'던 느낌이 '어느 페이지가 몇 초나 걸리고, 무엇 때문에 무거운지'라는 구체적인 진단으로 바뀐다.

신뢰성은 '눈에 안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영역일 수 있다. 공공 사이트는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이 많아서, 보안 설정이 허술하면 그 피해가 곧장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보안은 화면만 봐서는 통과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통신이 암호화되어 있는지, 인증서가 만료되진 않았는지, 외부 공격을 막는 기본 설정이 되어 있는지 같은 건 화면 뒤편을 들여다봐야 한다. 자동 진단은 이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까지 점검해, 평소엔 신경 쓰기 어려운 신뢰성 영역에 빨간불이 켜지지 않았는지 확인해준다.

■ '통과·미통과·해당없음'의 진짜 의미

자가진단 결과를 처음 받아 들면 가장 헷갈리는 게 '해당없음'이라는 판정이다. 통과와 미통과는 직관적인데, 해당없음은 왜 있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846개 규칙이 모든 페이지에 동시에 적용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달창(팝업) 관련 규칙은, 그 페이지에 모달창이 있을 때만 따진다. 표 관련 규칙은 표가 있는 페이지에서만 본다. 어떤 안내 페이지에 모달창도, 표도, 복잡한 입력폼도 없다면, 그것들과 관련된 규칙은 '해당없음'으로 빠진다. 잘못해서 빠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페이지에는 그 부품이 없으니 점검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해당없음이 많다'는 게 꼭 나쁜 신호는 아니다. 단순한 페이지일수록 해당없음이 많고, 신청·결제처럼 복잡한 페이지일수록 판정 대상 규칙이 늘어난다. 중요한 건 해당없음을 뺀 '실제 판정된 규칙' 중에서 통과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다. 100개 중 90개가 해당없음이고 나머지 10개 중 9개가 통과라면, 그 페이지는 '잴 수 있는 건 거의 다 잘 맞춘' 셈이다.

반대로 미통과 항목은 '지금 어긋나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손봐야 할 목록이다. 다만 모든 미통과가 같은 무게는 아니다. 자주 걸리고 사용자 영향이 큰 항목이 있고, 특수한 상황에서만 문제 되는 항목이 있다. 좋은 진단 결과지는 미통과 항목에 '중요도(우선순위)'를 매겨준다. 그래야 담당자가 '무엇부터 고칠지'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 미통과가 50개라고 해서 50개를 한꺼번에 다 고칠 필요는 없다. 영향 큰 핵심 항목 몇 개만 손봐도 점수와 사용자 경험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 '통과·미통과·해당없음'의 셈법을 이해하고 나면, 점수표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진다. 단순히 '몇 점이네'가 아니라, '해당없음을 빼면 실제로는 몇 개 중 몇 개를 맞춘 거고, 미통과 중에 진짜 급한 건 무엇이구나'까지 읽힌다. 숫자 하나를 넘어서 그 뒤의 구조를 읽는 것 — 이게 자가진단 결과지를 '제대로' 읽는다는 의미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건, '해당없음'을 너무 가볍게 넘기지 말라는 점이다. 해당없음이 유난히 많다면, 그건 두 가지 중 하나를 뜻한다. 정말로 단순한 페이지여서 점검 대상이 적은 경우이거나, 아니면 '마땅히 있어야 할 부품이 빠져 있어서' 점검할 대상 자체가 없는 경우다. 예를 들어 복잡한 신청 절차가 있는 서비스인데도 진행 단계를 안내하는 부품이 아예 없다면, 그 부품 관련 규칙은 '해당없음'으로 나오지만 이건 '잘해서'가 아니라 '빠져서' 나온 해당없음이다. 그래서 해당없음 항목을 훑어볼 때는 '이건 원래 없어도 되는 건가, 아니면 있어야 하는데 빠진 건가'를 한 번씩 자문해보는 게 좋다. 진단 도구가 '없는 것'까지 일일이 지적해주진 못하기 때문에, 이 대목에서는 담당자의 맥락 판단이 필요하다.

또 하나, 통과로 나왔다고 해서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두자. 자동 진단은 '규칙에 어긋나지 않았다'를 확인해주지만, '사용자가 실제로 편하게 느끼는가'까지 보장하진 못한다. 규칙은 통과했지만 막상 써보면 어딘가 어색한 화면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동 진단의 통과 결과는 '기본기는 갖췄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되, 그 위에 '실제 사용자라면 어떻게 느낄까'라는 사람의 감각을 한 겹 더 얹는 게 이상적이다. 도구의 통과는 출발선이지 결승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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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지(점수 카드)를 읽는 법

■ 상단 점수 카드부터 본다

자가진단을 돌리고 나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게 화면 상단의 '점수 카드'다. 이건 결과 전체를 압축한 요약판이라고 보면 된다. 건강검진 결과지로 치면 맨 앞 장에 큼직하게 박힌 종합 소견 같은 것이다.

이 점수 카드에는 보통 몇 가지 핵심 숫자가 함께 놓인다. 전체 종합 점수, 그리고 KRDS 네 영역(DS·CP·BP·SP)별 점수, 거기에 접근성이나 성능 같은 별도 영역의 상태가 카드 형태로 나란히 보인다. 한눈에 '우리 사이트가 전반적으로 몇 점이고, 어느 영역이 강하고 어느 영역이 약한지'를 파악할 수 있게 설계된 화면이다.

처음 이 카드를 볼 때 추천하는 순서가 있다. 먼저 종합 점수를 본다. 그다음 네 영역 점수를 '제일 낮은 것부터' 찾는다. 가장 낮은 영역이 곧 우리 사이트의 '가장 약한 고리'이고, 개선 효과가 가장 큰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종합 점수가 같아도, 어느 카드가 빨간색에 가깝고 어느 카드가 초록색에 가까운지를 보면, 처방이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종합 점수는 그럭저럭인데 SP(서비스 패턴) 카드만 유독 낮다면, 그건 '부품 하나하나는 괜찮은데 신청·검색 같은 전체 흐름에서 사용자가 막히고 있다'는 신호다. 반대로 DS 카드가 낮다면, '색·글꼴·간격 같은 기본 단위가 통일되지 않아 사이트가 누더기처럼 보이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같은 점수라도 어느 카드가 발목을 잡느냐에 따라 '다음 할 일'이 완전히 갈린다.

이 점수 카드를 볼 때 한 가지 더 권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 카드의 색을 '신호등'처럼 읽는 것이다. 초록에 가까운 카드는 '지금은 괜찮으니 유지에 신경 쓰면 되는 영역', 노랑에 가까운 카드는 '조금만 신경 쓰면 초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 빨강에 가까운 카드는 '지금 당장 들여다봐야 할 영역'이다. 이렇게 색으로 한번 걸러내고 나면, 수많은 숫자 앞에서 막막해지는 대신 '오늘은 이 빨간 카드 하나만 파고들자'는 식으로 시야가 좁혀진다. 모든 걸 한꺼번에 보려 하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가장 급한 하나에 집중하면 길이 열린다. 점수 카드는 '전부 다 잘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무엇부터 보면 되는지'를 친절히 알려주는 안내판으로 읽는 게 맞다.

덧붙여, 점수 카드를 윗선이나 동료에게 공유할 때도 이 '신호등 읽기'가 유용하다. 숫자만 잔뜩 늘어놓으면 비전문가는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빨간 카드가 이 영역이고, 여기를 고치면 이렇게 좋아진다'고 색으로 짚어주면, 누구나 한눈에 핵심을 이해한다. 점수 카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설명 도구'이기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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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화면이 바로 그 '상단 점수 카드'의 실제 모습이다. (이미지에서 기관명과 주소는 가려두었다.) 종합 점수와 영역별 카드가 나란히 놓여, 우리 사이트의 상태를 한 화면에 압축해 보여준다. 처음 보면 숫자가 많아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제일 낮은 카드부터'라는 한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어디를 봐야 할지 금방 감이 온다.

■ 종합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자가진단을 처음 돌린 담당자들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이 '종합 점수 한 숫자에 매달리는 것'이다. 60점이 나오면 풀이 죽고, 80점이 나오면 안심한다. 그런데 이 종합 점수 하나만 보는 건,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종합 등급만 보고 세부 수치를 무시하는 것과 같다.

종합 점수는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요약'이다. 같은 70점이라도 속내는 천차만별이다. 모든 영역이 고르게 70점인 사이트가 있고, 세 영역은 90점인데 한 영역이 30점이라 평균이 70점인 사이트가 있다. 앞쪽은 '전반적으로 무난하지만 도드라지는 강점도 없는' 상태고, 뒤쪽은 '대부분 훌륭한데 한 군데가 심각하게 무너진' 상태다. 처방이 완전히 다른데, 종합 점수만 보면 둘 다 똑같이 '70점짜리'로 뭉뚱그려진다.

그래서 종합 점수는 '출발점'으로만 쓰고, 진짜 정보는 영역별 분해에서 캐내야 한다. 종합 점수는 '우리가 대략 어디쯤인가'를 알려주는 나침반이고, 영역별 점수와 미통과 항목 목록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어떻게 손볼까'를 알려주는 지도다. 나침반만 보고 길을 떠날 수는 없다. 지도를 펼쳐야 한다.

또 하나, 점수의 '절대값'보다 '변화'에 주목하라고 권하고 싶다. 첫 진단에서 65점이 나왔다면, 그 65점이 높은지 낮은지를 따지느라 시간을 쓰기보다, '이 65점을 다음 진단에서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생산적이다. 핵심 미통과 항목 몇 개를 손본 뒤 다시 진단을 돌려, 65점이 72점으로 올라가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 그제야 점수는 '평가의 잣대'가 아니라 '개선의 동력'이 된다. 점수를 무서워할 게 아니라, 점수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 미통과 목록에서 '우선순위'를 읽는다

영역별 점수로 '어디가 약한지'를 잡았다면, 이제 한 단계 더 들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긋났는지'를 봐야 한다. 좋은 진단 결과지는 미통과 항목을 단순히 나열만 하지 않고, 각 항목에 '얼마나 자주 걸리는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영향이 큰가' 같은 정보를 함께 붙여준다.

여기서 '자주 걸린다'는 게 특히 중요하다. 어떤 미통과 항목은 사이트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버튼에 이름표가 없다'는 문제가 한 페이지가 아니라 수십 개 페이지에서 똑같이 반복된다면, 이건 '한 곳을 고치는 문제'가 아니라 '공통 부품을 한 번 고치면 수십 페이지가 한꺼번에 좋아지는 문제'다. 이런 항목이야말로 가장 먼저 손대야 할 '가성비 좋은' 개선 포인트다.

반대로 어떤 미통과 항목은 특정 페이지 한 곳에서만, 그것도 사용자가 거의 가지 않는 구석에서만 발생한다. 이런 건 중요도가 낮으니 뒤로 미뤄도 된다. 이렇게 '빈도 × 영향'을 기준으로 미통과 항목을 줄 세우면, 막막하던 '50개의 미통과'가 '먼저 잡을 5개, 그다음 잡을 10개, 천천히 볼 나머지'로 정리된다. 할 일이 정리되면, 막막함은 사라지고 계획이 생긴다.

이 우선순위 잡기가 자가진단의 진짜 가치다. 진단의 목적은 '우리가 못한 걸 50개나 찾아냈다'고 자책하는 게 아니라, '이 50개 중 무엇부터 잡으면 가장 효과가 큰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도구가 빈도와 영향을 계산해 우선순위를 매겨주면, 담당자는 그 위에서 '우리 기관 상황에선 무엇이 더 급한가'라는 마지막 판단만 더하면 된다. 측정과 정렬은 기계가, 최종 결정은 사람이 — 다시 한번 이 분업이다.

■ 단일 페이지가 아니라 '사이트 전체'로 본다

마지막으로 꼭 짚고 싶은 게 있다. 자가진단은 '메인 페이지 한 장'만 보는 게 아니라 '사이트 전체'를 봐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많은 분이 처음엔 메인 페이지 하나만 진단해보고 '우리 점수는 이 정도구나' 하고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메인 페이지는 보통 가장 공들여 만든 '얼굴'이라 점수가 좋게 나오기 쉽다. 정작 문제는 메뉴를 타고 깊이 들어간 안쪽 페이지들, 부서별로 따로 만든 페이지들, 오래전에 만들어 방치된 페이지들에 숨어 있다. 사용자가 실제로 민원을 넣고 신청서를 작성하는 건 그 안쪽 페이지들인데, 거기를 안 보고 메인만 보면 진짜 상태를 놓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자가진단은 여러 페이지를 한꺼번에 훑어, 그 결과를 종합해 사이트 전체의 점수를 낸다. 이때 한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 '한 페이지라도 어긋났으면 그건 사이트의 문제로 잡는다'는 보수적인 셈법이다. 어떤 규칙이 메인에서는 통과인데 안쪽 페이지에서 미통과라면, '사이트 전체로는 아직 그 규칙을 못 지킨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 안쪽 페이지를 쓰는 사용자에게는 그 미통과가 실재하는 불편이기 때문이다. 메인만 좋고 안쪽이 나쁜 사이트를 '좋은 사이트'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 '사이트 전체 관점'은 공공기관에 특히 중요하다. 공공 사이트는 부서가 많고, 시기별로 따로 만든 페이지가 뒤섞여 있어서, 페이지마다 상태가 들쭉날쭉한 경우가 흔하다. 메인만 보면 80점인데 사이트 전체로 보면 55점인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격차가 바로 '평소에 안 보이던 우리의 실제 모습'이다. 자가진단은 이 격차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점수 측정을 넘어 '우리도 몰랐던 사이트의 민낯'을 비춰주는 거울 역할을 한다.

■ 점수표를 오해 없이 읽는 몇 가지 요령

처음 결과지를 받아 든 담당자들이 자주 빠지는 오해 몇 가지를 미리 짚어두면, 헛다리를 덜 짚게 된다.

첫 번째 오해는 '점수가 높으면 다 끝났다'는 생각이다. 앞서 말했듯 자동 진단은 '규칙에 어긋났는가'를 본다. 그래서 점수가 높다는 건 '기본 규칙은 잘 지켰다'는 뜻이지, '사용자가 만족한다'는 보증서가 아니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좋은 토대를 갖췄으니 이제 세밀한 사용자 경험을 다듬을 차례'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다. 높은 점수에 안주해 점검을 멈추는 순간, 새로 추가되는 페이지들이 다시 점수를 갉아먹기 시작한다.

두 번째 오해는 '다른 기관 점수와 비교해 일희일비하는 것'이다. 옆 기관이 80점이라는데 우리는 60점이라면 위축되기 쉽다. 하지만 점수는 사이트의 성격, 페이지 수, 서비스 복잡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단순한 안내 위주의 사이트는 점수가 높게 나오기 쉽고, 복잡한 민원·신청 서비스를 많이 품은 사이트는 점검 대상이 많아 점수가 낮게 보일 수 있다. 그러니 '남과의 비교'보다 '과거의 우리와의 비교'가 훨씬 의미 있다. 어제의 우리보다 나아졌는가, 그것만 보면 된다.

세 번째 오해는 '낮은 영역 점수를 보고 그 영역 전체를 갈아엎으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CP(컴포넌트) 점수가 낮다고 해서 모든 부품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점수가 낮은 진짜 이유는 보통 '몇 개의 자주 걸리는 항목'에 몰려 있다. 그 핵심 몇 개만 손봐도 영역 점수가 확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역 점수가 낮다고 그 영역을 통째로 부정하지 말고, '이 영역 안에서 무엇이 점수를 깎고 있는지'를 미통과 목록으로 좁혀 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네 번째 오해는 '점수를 한 번 재고 만족하는 것'이다. 자가진단의 진짜 가치는 '반복'에서 나온다. 한 번의 점수는 사진 한 장이고, 반복된 점수는 영상이다. 사진은 '지금 상태'만 보여주지만, 영상은 '우리가 나아지고 있는지, 후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분기마다, 혹은 큰 개편 직후마다 다시 분석해서 흐름을 보는 습관을 들이면, 점수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니라 '우리 사이트의 성장 기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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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 어디부터 봐야 하나

■ 낮은 점수는 '기회의 지도'다

진단을 돌렸는데 점수가 생각보다 낮게 나오면, 누구나 잠시 풀이 죽는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며칠 지나 마음을 추스르고 결과지를 다시 보면, 생각이 바뀐다. 낮은 점수는 '우리가 못났다'는 판결문이 아니라, '여기를 손보면 좋아진다'는 기회의 지도다.

생각해보면 점수가 낮다는 건, 그만큼 '아직 안 한 개선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미 90점인 사이트는 남은 10점을 올리기 위해 아주 까다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 반면 55점인 사이트는, 자주 걸리는 핵심 항목 몇 개만 손봐도 65점, 70점으로 쑥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즉 점수가 낮은 사이트일수록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보는' 구간이 넓다. 이건 비관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니 점수를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책이 아니라 '분류'다. 미통과 항목을 '금방 고칠 수 있는 것 / 개편 때 손봐야 하는 것 / 외주에 요청해야 하는 것'으로 나눠보는 것이다. 의외로 '금방 고칠 수 있는 것'이 꽤 많다. 이름표 하나 붙이기, 색 하나 통일하기, 안내 문구 한 줄 고치기 같은 작은 작업으로도 미통과가 통과로 바뀌는 항목이 적지 않다. 이 '빠른 승리'부터 챙기면, 다음 진단에서 점수가 오르는 걸 눈으로 확인하게 되고, 그 성취감이 다음 개선의 연료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보태자면, 낮은 점수를 '혼자 끌어안지' 말라는 것이다. 점수가 낮게 나오면 담당자 혼자 '내 책임인가' 하고 끙끙 앓기 쉬운데, 앞선 글에서도 이야기했듯 공공 사이트의 누더기 상태는 대개 '각자 따로 만든 구조'의 결과지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낮은 점수는 오히려 '이걸 개선할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하는 게 맞다. 숨기고 싶은 성적표가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객관적 근거로 쓰는 것이다. 잘 쓰면 낮은 점수가 담당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담당자를 도와주는 무기가 된다.

■ 한 번에 다 고치려 하지 않기

낮은 점수를 본 담당자가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함정이 '한 번에 다 고치려는 욕심'이다. 미통과가 80개 나왔다고 80개를 동시에 잡으려 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친다. 그러다 '이건 한 번에 못 하니까 다음 개편 때 통째로 하자'며 무기한 미루게 된다. 결국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가장 흔한 실패 경로다.

정답은 '점진적 개선'이다. KRDS를 '완벽히 100점 맞춰야 하는 시험'으로 여기면 시작조차 못 한다. 대신 '이번 분기엔 가장 자주 걸리는 5개만 잡자' '다음 분기엔 접근성 관련 10개를 손보자'처럼, 작은 목표로 쪼개야 한다. 한 걸음씩 떼다 보면, 1년 뒤엔 처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올라가 있다. 큰 산은 한 번에 오르는 게 아니라 한 발씩 오르는 것이다.

이 점진적 접근이 가능하려면, '정기적인 재측정'이 함께 가야 한다. 분기마다 진단을 돌려 점수의 변화를 추적하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가 숫자로 확인된다. 점수가 올랐으면 다음 목표를 잡고, 안 올랐으면 무엇이 막혔는지 들여다본다. 이렇게 '측정 → 개선 → 재측정'의 작은 고리를 반복하는 게, 무리한 대공사보다 훨씬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이다. 공공기관처럼 인력과 예산이 빠듯한 조직일수록 이 '작게 자주' 전략이 잘 맞는다.

여기에는 심리적인 효과도 있다. '한 번에 다 고치자'는 목표는 너무 커서 시작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이번엔 다섯 개만'이라는 목표는 손에 잡힌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점수가 오르는 걸 확인하면 작은 성취감이 생기고, 그 성취감이 다음 목표로 이어진다. 다이어트가 '한 달에 10킬로 빼기'보다 '이번 주에 1킬로 빼기'로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큰 결심보다 작은 반복이 멀리 간다. 자가진단은 이 '작은 반복'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고, 그래서 '한 번 받고 마는 검사'가 아니라 '꾸준히 함께 가는 동반자'로 두는 게 가장 잘 쓰는 법이다.

■ 점수를 '소통의 언어'로 쓰기

자가진단 점수의 숨은 효용 하나는, '윗선 보고'와 '외주 소통'에서 강력한 공용어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 사이트 좀 개선해야 합니다"라는 말은 막연하다. 윗선 입장에서는 '왜, 얼마나, 무엇을'이 안 보이니 예산을 배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이트의 KRDS 종합 점수가 55점이고, 특히 접근성 영역이 취약합니다. 핵심 항목을 개선하면 70점대로 올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막연한 요청이 구체적인 근거가 되고, 구체적인 근거는 의사결정을 끌어낸다. 점수는 담당자의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우군이다.

외주 업체와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좀 더 깔끔하게 해주세요' 같은 모호한 피드백 대신, '진단 결과 이 항목들이 미통과로 나왔으니 이 부분을 KRDS 기준에 맞게 수정해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모호한 요구는 모호한 결과를 낳지만, 측정에 근거한 요구는 검수 가능한 결과를 낳는다. 진단 점수를 발주·검수의 기준으로 삼으면, 업체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권을 쥐게 된다.

이렇게 보면 자가진단은 단순한 '기술적 점검'을 넘어선다. 그것은 담당자가 조직 안에서, 그리고 외부 업체와의 관계에서 '근거를 가지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주장이 아니라 측정으로 소통하게 되는 것 — 이게 자가진단이 가져다주는, 점수표에는 적히지 않는 또 하나의 가치다.

실제로 이 '숫자로 말하기'는 담당자의 자리를 바꿔놓는다. 기준 없이 일하는 담당자는 늘 수세에 몰린다. 윗선이 '왜 이 예산이 필요하냐'고 물으면 '아무튼 필요하다' 이상으로 답하기 어렵고, 업체가 '이건 원래 이렇게 하는 겁니다'라고 우기면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그런데 측정된 점수를 손에 쥐면 입장이 뒤바뀐다. '이 항목들이 미통과로 측정됐고, 이걸 고치면 점수가 이만큼 오른다'는 객관적 근거 앞에서는 누구도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측정은 담당자를 '끌려다니는 사람'에서 '근거를 쥔 사람'으로 바꿔준다.

더 길게 보면, 이런 식의 '측정 기반 소통'이 조직 안에 자리 잡으면 문화 자체가 달라진다. '느낌으로 좋다 나쁘다'를 다투던 회의가 '숫자로 어디가 약한지'를 짚는 회의로 바뀐다. 감정 소모가 줄고, 책임 공방이 줄고, 그 자리를 '그래서 다음에 뭘 할까'라는 생산적인 대화가 채운다. 작은 진단 도구 하나가 만들어내는 변화치고는 꽤 크다. 점수는 사이트를 측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결국 일하는 방식까지 바꿔놓는다.

자가진단을 '습관'으로 만들기

■ 첫 측정의 문턱은 생각보다 낮다

지금까지 '점수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활용하는가'를 길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한 번이라도 직접 재봐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 그 첫걸음의 문턱은 우리가 막연히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

자가진단을 한다는 건, 거창한 컨설팅 계약이나 별도 예산, 새 인력 채용을 전제하지 않는다. 우리 사이트 주소(URL)를 진단 도구에 넣고 결과를 받아보는 것 — 그게 시작의 전부다. 마치 검색창에 단어를 넣듯이, 우리 사이트 주소를 넣으면 도구가 알아서 스캔하고 점수표를 내준다. 전문 지식도, 복잡한 설치도, 긴 준비도 필요 없다.

내가 이 '낮은 문턱'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많은 담당자가 'KRDS를 제대로 공부한 다음에, 준비가 다 된 다음에 진단을 받아보자'고 미룬다. 그런데 이건 순서가 거꾸로다. 진단을 받아봐야 '우리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가 보인다. 현황을 모르는 채로 공부하는 건,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고 의학책을 처음부터 읽는 것과 같다. 일단 검진을 받아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걸 알아야, 그제야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는지'를 찾아 공부하게 된다. 진단이 먼저고 공부가 나중이다.

■ 첫 진단부터 다음 행동까지, 실무 흐름으로 정리하면

말로만 '쉽다'고 하면 와닿지 않을 수 있으니, 첫 진단부터 다음 행동까지의 흐름을 실무 단계로 정리해보자. 거창한 게 아니라, 누구나 오늘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순서다.

먼저, 우리 사이트의 대표 주소를 준비한다. 메인 페이지 주소 하나면 시작에는 충분하다. 그 주소를 진단 도구에 넣고 분석을 돌린다. 잠시 기다리면 도구가 페이지들을 훑고 결과지를 내준다. 이때 가능하면 메인 한 장이 아니라 여러 페이지를 함께 보도록 설정하는 게 좋다. 앞서 강조했듯 사이트의 진짜 상태는 안쪽 페이지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결과지의 상단 점수 카드를 본다. 종합 점수를 확인하고, 네 영역 카드 중 가장 낮은 것을 찾는다. 이게 우리의 '첫 번째 공략 지점'이다. 그 영역을 눌러 들어가 미통과 항목 목록을 펼친다. 그리고 그 목록에서 '자주 걸리는 것'과 '영향이 큰 것'을 위쪽으로 끌어 올려 우선순위를 매긴다.

그다음,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들을 '금방 고칠 수 있는 것 / 개편 때 손볼 것 / 외주에 요청할 것'으로 분류한다. 금방 고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해 '빠른 승리'를 쌓는다. 작은 수정 몇 개로도 점수가 오르는 걸 확인하면, 다음 작업의 동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진단을 돌려 점수의 변화를 확인한다. 올랐으면 다음 목표를 잡고, 그대로면 무엇이 막혔는지 들여다본다. 이 '측정 → 우선순위 → 개선 → 재측정'의 고리를 분기 단위로 돌리면, 한 해가 지날 즈음엔 처음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달라져 있다. 이 흐름에는 어려운 전문 지식이 단 한 군데도 끼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도구가 측정을 맡아주는 덕분에, 담당자는 '무엇부터 할까'라는 판단에만 집중하면 된다.

■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할 일로

자가진단의 가장 큰 효용을 한마디로 줄이면,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할 일 목록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KRDS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담당자들이 느끼는 건 대개 막연한 불안이다. '우리 사이트 괜찮은 건가' '뭔가 안 맞는 게 많을 것 같은데' '근데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고' 하는 안갯속 같은 느낌이다. 이 불안은 실체가 없어서 더 무겁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니, 그냥 마음 한구석에 짐으로만 남는다.

자가진단은 이 안개를 걷어준다. '우리 사이트는 종합 65점이고, DS는 양호한데 SP가 약하고, 미통과 중 자주 걸리는 건 이 다섯 가지다'라는 구체적인 그림이 나오면, 막연한 불안은 '이번 분기엔 이 다섯 가지부터 손보자'라는 또렷한 할 일로 바뀐다. 불안은 막막할 때 가장 크고, 할 일이 보일 때 작아진다. 측정은 바로 그 '할 일이 보이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출발점이다.

그리고 이 출발은 빠를수록 좋다. 미루면 미룰수록 사이트는 페이지가 늘고 콘텐츠가 쌓이며 점점 더 복잡해진다. 복잡해진 뒤에 손대면 그만큼 더 힘들다. '지금 우리 사이트가 어디쯤인지'를 오늘 한 번 재두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모든 개선이 훨씬 수월해진다.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지 말고, 오늘의 현황을 오늘 재보는 것 — 그게 가장 현명한 시작이다.

■ 도구는 디테일을, 사람은 방향을

이 글 내내 반복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정리하고 싶다. 자가진단은 '사람과 도구의 역할 분담' 위에서 작동한다.

846개 규칙을 빠짐없이, 일관되게, 화면 뒤편 구조까지 들여다보며 측정하는 건 도구의 몫이다. 사람은 절대 이 일을 도구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없다. 반대로, 그 측정 결과를 보고 '우리 기관 상황에선 무엇이 더 급한가' '이번 예산으로 무엇까지 할 수 있나' '윗선을 어떻게 설득할까'를 판단하는 건 사람의 몫이다. 도구는 이 판단을 절대 대신해줄 수 없다.

그래서 '도구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걱정은 자가진단에서는 빗나간 두려움이다. 오히려 도구가 '846개를 손으로 따지는' 불가능한 노동에서 사람을 해방시켜, 사람이 정말 잘할 수 있는 '판단과 소통과 우선순위 잡기'에 집중하게 해준다. 측정은 도구에 맡기고, 방향은 사람이 잡는다. 이 건강한 분업이 자리 잡으면, 담당자는 더 이상 막막함에 짓눌리지 않고, '근거를 가지고 일하는' 든든한 위치에 서게 된다.

마무리

정리해보자. 오늘 글의 핵심은 '우리 사이트 KRDS 점수를 확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고, 무엇보다 모든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점수를 확인한다'는 건 사람이 846개를 손으로 대조하는 일이 아니라, 자동 진단 도구에 우리 사이트 주소를 넣고 결과지를 받아 읽는 일이다. 건강검진처럼, 측정은 도구가 하고 해석과 판단은 사람이 한다. 결과지에는 KRDS 네 영역(DS 120·CP 446·BP 108·SP 172, 합 846규칙)의 점수와, 행정안전부 7대 품질 영역에 해당하는 항목들이 함께 담긴다.

결과지를 읽을 때 기억할 것들도 정리해두자. 첫째, 상단 점수 카드에서 '제일 낮은 영역부터' 본다. 그게 가장 약한 고리이자 개선 효과가 가장 큰 출발점이다. 둘째, 종합 점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영역별 분해와 미통과 목록에서 진짜 정보를 캔다. 셋째, '통과·미통과·해당없음'의 셈법을 이해해, 해당없음을 뺀 실제 판정 안에서 통과 비율을 본다. 넷째, 미통과 항목은 '빈도 × 영향'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먼저 잡을 것'부터 정리한다. 다섯째, 메인 한 장이 아니라 사이트 전체로 보고, 정기적으로 다시 재서 변화를 추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 낮은 점수는 판결문이 아니라 기회의 지도다. 한 번에 다 고치려 하지 말고, 자주 걸리는 핵심부터 점진적으로 손보면 된다. 점수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윗선 보고와 외주 소통에서 우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공용어이자, 개선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우리 편이다.

오늘 글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다. "KRDS 자가진단은 '우리를 평가하는 점수'가 아니라 '다음 할 일을 찾는 지도'다."

조금 더 풀어보자면 이렇다. 첫째, 측정은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할 일로 바꾼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가 '이 다섯 가지부터 손보면 된다'로 바뀌는 순간, 짐은 절반으로 가벼워진다. 둘째, 점수는 절대값보다 변화가 중요하다. 남과 비교해 위축될 게 아니라, 어제의 우리보다 나아졌는지를 보면 된다. 셋째, 측정은 도구에 맡기고 방향은 사람이 잡는 '건강한 분업'이 핵심이다. 도구는 846개를 빠짐없이 일관되게 재주고, 사람은 그 위에서 우선순위와 맥락을 더한다. 이 세 가지만 기억해도 오늘 글의 절반은 챙긴 셈이다.

이번 한 달 동안 우리는 KRDS 입문을 함께 걸어왔다. KRDS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영역으로 구성되는지를 짚었고, 오늘은 그 모든 개념을 '우리 사이트'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갖다 대보는 자가진단까지 왔다. 입문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 셈이다. 이제 남은 건, 머리로 이해한 걸 손으로 한 번 직접 해보는 것뿐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권하고 싶다. '완벽히 준비된 다음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사이트가 어디쯤 와 있는지 한번 재보길 바란다. ViewCheck(krds.viewcheck.co.kr)에 우리 사이트 주소만 넣으면, KRDS 846규칙 기준 자가진단에 대한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 거창한 준비도, 별도 비용은 문의를 통해서 진행을 할 수 있다. URL 하나면 충분하다. 막연한 '괜찮겠지'를 구체적인 점수로 바꿔보는 것, 그게 모든 개선의 첫걸음이다.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진단을 한번 돌려본다고 해서 당장 무언가를 고쳐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 사이트의 현재 점수가 몇 점이고, 어느 영역이 강하고 어느 영역이 약한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이다. 그 점수표를 손에 쥐는 순간, 막막함은 구체적인 할 일로 바뀌고, 할 일이 보이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 오늘 잡은 그림 위에, 앞으로 한 조각씩 지식과 개선을 얹어가면 된다. 다음 글에서 또 만나자.

#2026-07#KRDS#공공웹#자가진단#KRDS점수#디자인시스템#정부웹사이트#웹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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